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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뉴스·생활

프랑스 미슐랭 가이드 권위의 바탕은 공정성

심사 기준·방법 엄격해…'홍보' 대가 전혀 없어

세계 최고 권위의 음식점 평가·안내서인 프랑스 '미슐랭 가이드'가 지난 24일 자국 레스토랑에 별을 달아줬다.

미식의 나라답게 프랑스 언론들은 최고 등급인 별 세 개를 얻은 식당 주방장을 인터뷰하고 그 식당이 어떤 점에서 최고로 선정됐는지 보도하기에 열을 올렸다.

미슐랭 가이드 선정에 별다른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 미슐랭 가이드 프랑스편 2014년판


한국에서 맛집 소개 프로그램과 일부 파워 블로거들의 음식점 평가를 놓고 간혹 시비가 일고 있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다.

미슐랭 가이드의 이런 명성과 권위는 오랜 역사와 심사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프랑스의 타이어 회사 미슐랭(영어 발음 미셸린)은 운전자들에게 차량 서비스와 숙박, 음식점에 대한 정보를 주려고 1900년 첫 가이드를 발간했다.

발행 초기에는 무료로 나눠줬으나 현재는 유료 판매되고 있다.

수준 높은 식당에 별을 하나에서 세 개까지 붙여 등급을 분류하는 별점은 1926년부터 부여하기 시작했다.

미슐랭 가이드가 고급 식당을 찾는 까다로운 미식가들의 길잡이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심사가 엄격하고 공정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미슐랭 가이드 식당 평가원들은 자신들의 신분을 철저히 숨기고 객관적이고 꼼꼼하게 음식을 평가한다.

식당 주인이 알아채기 어렵게 평가원들은 남성과 여성, 프랑스인, 유럽인, 아시아인, 흑인 등 성별, 인종이 다양하다.

또 평가원은 결코 혼자 식당을 방문하지 않고 연인이나 회사원 등 철저히 일반 손님으로 보이도록 가장한다.

평가원들은 대개 호텔과 외식 산업에서 10년 정도 경험을 쌓은 이들 중에서 뽑힌다.

이들은 해마다 개인당 10만유로(약 1억5천만원) 이상을 쓰면서 프랑스 전국 음식점을 철저하게 평가하고는 별을 부여한다.


         → 미슐랭 가이드 *별(스타)의 의미


이런 엄격한 선정 방식 때문에 미슐랭 가이드에서 최고 등급인 별 세 개를 받으면 프랑스는 물론 외국 미식가들까지도 줄지어 찾는다.

반대로 별이 하나라도 강등되면 식당 문을 닫는 것도 감수해야 할 정도로 영향이 크다.

이 때문에 요리사들도 미슐랭 가이드와 같은 레스토랑 가이드의 평가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2003년 부르고뉴에서 '라 코트 도르' 식당을 운영하면서 미슐랭으로부터 최고 등급인 별 세 개를 받았던 요리사 베르나르 루아조는 다른 레스토랑 가이드에서 등급이 떨어지자 이를 비관해 자살하기도 했다.

하지만, 절대적 권위를 갖는 미슐랭 가이드에 대해서도 여러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현직 미국 최고 요리사 중 한 명인 마리오 바탈리는 "미슐랭이 음식의 기교와 세련됨은 좀 떨어지더라도 훌륭한 조리법으로 이를 만회한 식당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또 요리 및 레스토랑 전문 월간지 '웨이트로즈 푸드 일러스트레이티드(WFI)'의 윌리엄 싯웰 편집장은 "너무 많은 요리사가 미슐랭 평가단의 눈에 들려고 전력을 다하면서도 정작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고객은 외면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서는 미슐랭 가이드에 등재되는 것을 거부하는 유명 요리사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아울러 미슐랭 가이드가 일반인들이 가기 어려운 최고급 식당들에만 관심을 둔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2014년판 프랑스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세 개 최고급 음식점은 총 27개, 별 두 개 음식점은 79개, 별 한 개 음식점은 504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