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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뉴스·생활

佛서 462만원 샤넬백, 한국선 681만원 '가장 비싼 나라'

                             ↑서울시내 한 백화점 샤넬 매장 외부 모습


프랑스 럭셔리 명품 브랜드 샤넬이 6월 일부 핸드백 가격을 최대 15% 올렸다. 지갑과 액세서리 가격도 5~10% 인상했다. 샤넬의 인기 아이템인 샤넬 '보이백'(라지)이 634만원에서 740만원으로, '그랜드 쇼핑백'은 359만원에서 390만원으로 올랐으며, 대표 아이템인 '클래식'도 30만원가량 상승했다. 샤넬 측은 "올 1월부터 수입가격 200만원 이상 핸드백에 붙는 개별소비세 부과분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샤넬은 지난해 10월과 11월에도 각각 일부 핸드백 가격을 17~20%가량 올린 바 있다. 


그동안 가격이 오르기 전에 미리 사두려는 '사재기 효과' 덕을 톡톡히 봐온 샤넬이지만 계속되는 가격 인상에 국내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샤넬은 올 1월부터 8월까지 매출 실적이 저조해 역신장을 기록한 달이 많아졌다. A백화점에서 8개월 영업기간 중 절반이나 마이너스 매출을 냈으며 나머지 달도 1~2%대 미미한 실적을 기록했다. 불황에 다른 명품들은 가격을 내리고 있는 와중에 샤넬은 고가 정책을 고수하면서 국내 판매 가격이 프랑스 현지 가격과 큰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미국과 캐나다는 물론이고, 일본 대만 홍콩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해 봐도 한국의 샤넬 제품 가격이 가장 비싼 편에 속했다. 


실제 해외 현지 사이트를 이용해 샤넬 인기 제품 가격을 나라별로 비교해 봤다. 최근 샤넬이 밀고 있는 '보이백' 뉴미디엄 사이즈의 경우 한국에서 681만원에 팔리는 제품이 미국에선 480만원(4600달러), 캐나다에선 541만원(5725캐나다달러), 중국에선 656만원(3만8700위안), 일본에선 616만원(64만2600엔), 대만에선 594만원(17만2300대만달러), 홍콩에선 564만원(4만1900홍콩달러) 등이었다. 전 세계를 통틀어 한국에서 가장 비싸게 팔리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프랑스 현지 가격인 462만원(3450유로)과는 219만원이나 차이가 났다. 운송비와 관세를 감안해도 턱없이 비싼 가격임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장회정 샤넬코리아 홍보이사는 "가격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말라는 프랑스 본사 지시가 있었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샤넬 인기 제품 가격 나라별 비교 (2014년 9월말 현재)


결혼을 앞둔 여성들의 혼수품 목록에 들어가는 인기 제품 샤넬 '클래식'과 '2.55'도 중국이나 싱가포르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곤 한국에서 제일 비싸게 팔리고 있다.


30대 초반 직장인 방지영 씨는 "'비싸야 팔린다'는 식으로 샤넬이 다른 국가들보다 가격을 올리고 있는 것은 한국 국민을 '봉'으로 취급하는 것과 마찬가지 아니냐"면서 "혼수 장만을 위해 얼마 전 백화점 샤넬 매장에 들렀는데 점원이 '클래식' 가격은 또 언제 오를지 모르니 빨리 사두는 게 좋다고 구입을 부추겼다"고 말했다. 


이들 명품 브랜드 업체는 원자재값 인상, 환율 변동, 임금 상승 등을 이유로 가격을 올리지만 실제로는 가격 인하 요인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관세 인하다. 2011년부터 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의류, 가방, 구두, 시계에 부여하던 관세는 단계적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이는 제품 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김수기 한국시계산업협동조합 차장은 "2006년 스위스 등이 포함된 유럽자유무역연합(EFTA)과 한국 간 FTA 체결로 스위스 시계 수입 관세가 줄어들면서 판매 가격도 그만큼 줄어야 하는데 업체들이 마케팅 비용 등을 과도하게 집행하면서 가격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수입 시계의 높은 가격에 별다른 거부감도 갖지 않아 국산 제품 입지마저 좁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샤넬은 홍콩이나 스위스 등 EU 외 국가에서 생산하는 게 아니라 프랑스에서 대부분의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관세 인하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는다. 또 이들 해외 명품업체는 환율이 상승하면 제품 가격을 올리지만 환율이 떨어졌다고 해서 가격을 쉽게 내리지 않는 경우도 많다. 무엇보다 샤넬, 루이비통, 에르메스 등 주요 명품업체들이 국내 백화점에서 내는 수수료는 평균 10% 정도로 매우 낮은 편이다. 이는 30%대를 훌쩍 넘는 국내 일반 브랜드에 비하면 엄청난 혜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