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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뉴스·생활

파리의 명물, 사랑의 징표..자물쇠

낭만과 사랑의 도시 파리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명소들 중에 하나로 ‘예술의 다리’ 퐁데자르(Le Pont des Arts)를 빼놓을 수 없다. 


세느강에서 유람선을 타고 파리의 낭만을 유유히 즐기는 여행객들은 퐁데자르 다리가 가까워지면 교량난간에서 흘러나오는 눈부심으로 시선을 모으기 마련이다. ‘사랑의 자물쇠’들에서 흘러나오는 사랑과 낭만의 반짝거림이다. 


                  ▲ 사랑의 징표, 자물쇠


흔히 로마를 방문한 관광객들은 로마를 다시 방문할 수 있기를 기원하며 유명한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진다고 한다. 파리를 찾는 수많은 연인들은 영원한 사랑을 기원하며 퐁데자르의 교량난간에 자물쇠를 채운 뒤 열쇠를 세느강물에 던지곤 한다. 파리를 찾은 관광객들이 ‘에펠탑 올라가기’와 ‘루브르 박물관 관람’처럼 반드시 해야하는 코스 중 하나가 세느강 다리에 자물쇠를 채우기다.


바로 이들 자물쇠들의 ‘사랑의 무게’가 퐁데자르 다리를 위태롭게 한다는 소식이다. 교량난간이 자물쇠들의 무게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관련행정소속기관 파리 6구 시장 쟝-피에르 코크가 밝히면서 퐁데자르에 걸려있는 자물쇠들에 대한 논란이 다시 화제에 올랐다.

파리를 흐르는 세느강에는 철도교, 인도교를 포함하여 총 37개 다리들이 걸쳐있다. 이들 중에서 퐁네프(Pont Neuf)는 가장 오래된 다리, 알렉상드르 3세는 가장 웅장하고 화려한 다리로, 퐁데자르는 사랑과 낭만을 추구하는 연인들에게 인기 높은 다리로 알려져 있다. 


퐁데자르는 원래 파리의 첫 도보전용철교였으나, 1979년에 붕괴되었으며 1984년에 똑같은 모형에 목재바닥으로 재건축되었다. 이후 낭만과 사랑을 상징하는 다리로서 파리명소가 되었는데, 위치 상으로도 아름다운 시테 섬에서 가까워 영화작품이나 광고의 배경무대가 되고 있다. 특히 루브르 박물관과 프랑스 최고명문국립미술학교 파리 에콜데보자르를 잇는 다리가 된다. 바로 여기에서 ‘예술의 다리’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술가들 이외에도 수많은 연인들이 서로의 마음을 열쇠로 꽁꽁 잠가 아무도 열지 못하게 함으로서 영원히 사랑을 간직하겠다는 소망으로 퐁데자르를 찾기 시작한 것은 2008년부터이다. 사랑의 징표로서 자물쇠를 퐁데자르 난간철망에 걸어 열쇠로 채우고 그 열쇠를 다리 밑 세느강에 던지는데, 이들 자물쇠에는 흔히 사랑하는 연인들의 이름, 첫 만남의 날짜 혹은 결혼날짜 등이 새겨져있다. 


         ▲ 사랑의 다리 '퐁데자르'의 자물쇠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이렇듯 파리를 비롯하여 런던, 뉴욕 등 세계주요 도시로 새로운 형태의 사랑의 징표로서 자물쇠가 등장하여 급격하게 전파되고 있다. 그러나 이 ‘사랑의 자물쇠’들의 뒤안길을 들여다보자면 그다지 낭만적이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다리난간에 ‘사랑의 자물쇠’들을 걸어두는 사랑의 표현방법이 가장 먼저 등장한 곳은 이태리로 추정된다. 로마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 밀비오 다리에는 수많은 연인들이 몰려들어 자물쇠를 거는 바람에 2007년에 가로등이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으며, 이로 인하여 자물쇠를 더 이상 걸지 못하도록 벌금조치가 내려졌다고 한다. 피렌체의 베키오 다리와 베니스의 아카데미아 다리도 자물쇠들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할 만큼 위험수위에 이르자 이들 도시에서는 오래된 기존 자물쇠들을 주기적으로 철거시키는 방책을 채택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사랑과 낭만의 도시 파리에서도 결코 로맨틱하지 못한 냉혹한 현실에 부딪치고 있다. 퐁데자르 난간에는 더 이상 새로운 자물쇠를 걸만한 공백이 없으며, 기존하는 자물쇠들 위에 또 다른 자물쇠들을 부착시킨 경우도 허다하여 이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일부 철망이 훼손되고 있다한다. 이로 인하여 인명사고의 위험마저 안고 있다고 파리 6구 시장이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다리에 걸려있는 자물쇠들을 고철로 팔아넘기려는 좀도둑들이 자물쇠들을 무대포로 낚아채는 바람에 철망난간이 더욱 훼손되고 있다고 파리 6구 시장이 밝혔다. 시청 측에서는 주기적으로 교량안전점검을 실시하며 휘어지고 훼손된 철망을 새것으로 대처하거나 땜질을 가하고 있지만, 혹시나 안전점검원의 눈에 뜨이지 않은 채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는 난간조각들이 유람선을 타고 지나가는 여행객들의 머리로 떨어져 사상자를 낼 위험성이 배제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약 150미터에 이르는 아름다운 인도교의 안전사고에 대한 논란이 고개를 쳐들면서 동시에 퐁데자르 다리주변에는 자물쇠를 달다가 단속에 걸리면 20유로 벌금이 추징된다는 공문마저 걸렸다. 파리경시청이 즉시 출처를 부인하면서 가짜 공문이었음이 이내 밝혀졌으나, 이로 인하여 BFM TV뉴스전문채널 등 매스컴의 관심을 더욱 모으게 됐다.


파리 6구 시청은 퐁데자르 다리난간에 걸려있는 자물쇠들을 전부 철거하거나 혹은 자물쇠를 거는 연인들에게 벌금을 징수하는 조치는 낭만과 사랑의 도시 파리의 이미지와는 전혀 걸맞지 않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파리명소의 보존과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기존 자물쇠들을 6개월마다 정규적으로 철거시킬 방침을 구상중이라고 밝혔다. 


‘사랑의 다리’ 퐁데자르가 ‘사랑의 무게’에 짓눌려 위태롭다는 우려감이 고개를 쳐들기 시작한 것은 사실 2010년부터이다. 같은 해 5월에는 공교롭게도 상당한 분량의 자물쇠들이 몽땅 사라져버리는 미스터리한 사건마저 발생했다. 당시 파리시청의 ‘소행’이라는 소문도 나돌았으나, 다리 건너편 파리국립고등미술학교 재학생이 조각작품에 사용하려고 자물쇠들을 몰래 ‘싹쓸이’ 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이후 노틀담 성당에서 가까운 라르쉬베쉐(Le pont de l'Archevêché) 다리, 성당이 바라보이는 서쪽 난간에도 ‘사랑의 자물쇠’들이 걸리기 시작했다. 오르세 박물관에서 가까운 레오폴드 세다르 셍고르 인도교(la passerelle Léopold Sédar Senghor)에도 영원불멸한 사랑을 꿈꾸는 연인들의 발길이 몰려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