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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뉴스·생활

프랑스인과 권력

▶프랑스 제5공화국 역대 대통령



프랑스 국민이 뽑은 최고 통치권자 대통령에게 프랑스를 맡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지난 10월 16-17일 이틀에 걸쳐 프랑스 여론조사 기관인 Ifop가 프랑스 국민 1,006명을 대상으로 ‘프랑스인과 권력’이라는 테마로 인터뷰한 결과, 프랑스인들의 전반적인 관심은 금융계와 글로벌 대기업들로 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프랑스인들의 시선에 담겨진 권력의 형상에는 정치 이념보다는 경제가 더 중요하다는 의식구조가 깊게 깔려 있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프랑스를 움직이는 실세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54%가 금융시장이라고 대답했다. 이어서 글로벌 대기업, 대통령과 정부가 각각 49%로 2위를 차지했다.
“자유민주주의 이념의 선을 넘더라도 대통령이 국가를 강력하게 통치하도록 독재적인 권력을 부여해야한다.”는 의견에 응답자 41%가 동의했다.
이는 프랑스인들은 여전히 그들의 손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과 그의 정권이 최고 권력을 지닌다고 여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프랑스 국민의 85%가 권력의 축에서 소외됐다고 느끼는 결과도 나왔는데,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들은 프랑스인들이 정치인들에 대한 실망과 기대감의 엇갈림 속에 국가를 움직이는 실세에서 경제가 정치를 앞서며, 독재성향의 강력한 리더십과 카리스마를 지닌 최고통치자의 출현을 선호한다는 것을 반영한 것이다.


제 5공화국 역대 대통령들의 리더십

제 5공화국 역대 대통령들의 최고 통치권 수행 능력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65% 지지율을 얻은 샤를 드골(1959~1969년)이 1위로 선정됐다. 이어서 프랑수와 미테랑(1981~1995년) 39%, 자크 시라크(1995~2007년) 26%, 니콜라 사르코지(2007~2012년) 20%, 조르쥬 퐁피두(1969~1974년) 20%, 발레리 지스카르데스탕(1974년~1981년) 14%, 에마뉘엘 마크롱(2017년 5월~ )이 12%로 뒤를 잇는다. 프랑수와 올랑드(2012-2017년)가 4%로 꼴찌를 차지했다.

 

올랑드의 경우 최근 매스컴에 출연하며 정치컴백을 시도하고, 저서 발간 사인회를 통해 지속적인 인기관리를 도모하지만, 대통령직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인식을 지우기에는 역부족이라고 Ifop 여론조사 기관 측에서 밝혔다. 1년 반이 지난 현시점에서 국민의 뇌리에는 최고 통치권을 수행할 능력이 없었던 대통령이라는 이미지가 각인돼 있다는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의 경우는 1년 전에 똑같은 여론조사를 펼쳤다면 훨씬 높은 지지율을 얻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초기에 국민들을 사로잡았던, 위압적이며 도도한 그의 '주피터'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를 지칭, 즉 제왕적 권력)적인 스타일이 지금은 다소 많이 퇴색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즉 12% 라는 숫자는 프랑스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면서 봉착된 현실에서 국민을 건져내줄 것이라고 기대했던 마크롱 정권의 리더십 부재에 대한 실망감으로 해석된다.


정치 이념을 초월한 강력한 리더십에 대한 열망

독재 성향을 지닌 강력한 통치권자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심은 결코 새로운 현상은 아니라고 Ifop 측에서 설명했다. 문제는 이 수치가 오늘날 41%에 이르며, 특히 인텔리 고학력층 31%, 2017년 대선 1차 선거 좌파지지층 26%가 포함됐다는 사실이 바로 새로운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우파, 좌파 혹은 중도파, 어느 쪽이 정권을 거머쥐든 다 똑같다고 여기는 민심이 심화되는 추세임을 반영한 것이라고 Ifop 측은 설명했다. 즉 정치 이념과 인기몰이에 연연하는 포퓰리즘 정권에 반발하는 국민들이 늘어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권력을 향한 프랑스인들의 시선은 결국 정치이념을 초월하여 현대사회를 이끌어갈 강력한 리더십으로 연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보다 후손들의 세대가 더 잘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경제성장과 건강한 사회비전을 제시하는 강력한 리더십이다. 따라서 Ifop는 유권자들이 선거공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정치인들로부터 등을 돌리는 속도 역시 점점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