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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뉴스·생활

프랑스 집시 추방 문제 정치권·EU에서 논란

마뉘엘 발스 프랑스 내무장관이 동구권 집시들에게 프랑스를 떠나라고 한 발언이 프랑스 정치권과 유럽연합(EU)에서 큰 파문을 불러오고 있다.


2000년 7월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이 프랑스에 불법으로 거주하는 집시를 추방할 것을 지시하면서 국제 사회의 비난을 받은 이후 이 문제가 또다시 프랑스 사회의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 동구권 집시들


지난 24일 발스 장관의 집시 추방 주장에 대해 동료 장관이 반대 포문을 열었다.


27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에 따르면 녹색당 출신으로 연정에 참여한 세실 뒤플로 주택장관은 전날 "소수 집시만이 프랑스에 통합되기를 원한다고 말함으로써 발스 장관은 공화국 헌법을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뒤플로 장관은 그러면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이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녀는 "이처럼 깊은 갈등을 해결해야 하는 책임은 장관이 아니라 대통령에게 있다"면서 "대통령은 이런 고통스러운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선출됐다"고 강조했다.


전날 현장 방문에 나선 올랑드 대통령은 발스 장관의 발언에 대해 견해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현 상황에서는 불가리아와 루마니아가 솅겐 조약에 가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암시했다.


불가리아와 루마니아는 EU 회원국이지만 아직 유럽 내 국경 개방 조약인 솅겐 조약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조약 가입 여부를 EU 회원국들이 결정할 예정인데, 프랑스와 독일은 집시와 불법 이민자의 유입을 우려해 이들 국가의 솅겐 조약 가입에 제동을 걸고 있다.


발스 장관의 발언으로 EU와 프랑스 간에도 긴장감이 돌고 있다.


비비안 레딩 EU 법무·기본권 담당 집행위원은 발스 장관의 발언이 알려지고서 "유럽연합 시민은 모두 통행의 자유가 있다"면서 프랑스 정부가 집시들이 프랑스 사회에 동화되도록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EU는 앞서 지난 2010년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이 집시 캠프를 없애고 집시를 추방할 것을 지시하면서 이 문제로 프랑스와 부딪친 바 있다.


당시 레딩은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집시 추방에 대해 "특정 소수인종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 공동체의 한 회원국에서 사람들이 추방당하는 것을 보고 개인적으로 오싹한 기분을 느꼈다"라고 비판했다.


또 "2차대전이 끝난 이후 유럽에서 두 번 다시는 목도돼서는 안 되는 광경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해 나치의 유대인 추방을 연상시켰다.


레딩 집행위원은 이번에는 집시 추방을 유대인 추방과 연결하지는 않았으나, 프랑스가 이 문제를 선거에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프랑스에서 선거 분위기가 있다"면서 "예산이나 부채 등 중요한 얘기를 하고 싶지 않을 때 정치인들이 집시 문제를 건드린다"고 지적했다.


내년 3월 프랑스 지방선거와 5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프랑스 정치인들이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고자 이 문제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