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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뉴스·생활

자존심 구긴 프랑스 문화계, 자성의 목소리

세월호 참사이후 유병언과 아해가 동일인임이 밝혀지고 얼굴없는 작가 아해의 프랑스에서의 행적이 낱낱이 드러나는 상황에서도 침묵으로 일관했던 프랑스 언론이 프랑스 문화계와 아해의 비리를 보도하기 시작했다. 

아해의 거액 기부금에 자존심이 잔뜩 구겨진 프랑스 문화계에서는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 佛 몽드 기사  '세월호 소유주, 서울에선 공공의 적, 파리에선 박물관 후원자’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인 르몽드는 11일 ‘서울에선 공공의 적, 파리에선 박물관 후원자’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아해의 루브르박물관과 베르사유 궁전 전시는 “‘아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아마추어 사진작가인 유병언을 널리 알리게 만든 계기가 된 것으로, 중요한 것은 그가 많은 돈을 기부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르몽드는 유병언이 2012년 루브르 박물관에 110만 유로, 2013년 베르사유 궁전에 ‘물의 극장(Theatre d'eau)’ 보수공사 후원 등 명목으로 500만 유로를 기부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기부의 대가로 현재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내 ‘고대 그리스 로마 전시관’ 5번 방 입구 대리석 벽에는 ‘아해(AHAE)’라는 이름이 ‘그랑 메센(Grand mécéne)’ 중 하나로 황금색 명판에 새겨져 있다. 베르사유궁 인터넷 사이트에도 후원자 명단에 ‘아해’ 이름이 올라 있다고 프랑스 박물관 전문 인터넷 매체인 ‘모두를 위한 루브르’가 보도한 바 있다.

르몽드는 “2013년 청해진해운이 선원 안전교육 분야에 쓴 금액은 놀랍게도 불과 500유로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인터폴을 통해 파리에서 체포된 유씨의 딸 섬나 씨(47)는 2004∼13년 가족이 운영하는 그룹 회사의 금고에서 600만 유로를 횡령했으며 남동생과 함께 부친의 작품을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전했다.

르몽드는 “루브르 박물관 윤리헌장에 ‘후원자의 활동이 합법적인지 의심이 들거나 합법적인 납세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의심되면 후원자의 기부를 거절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근거로 르몽드는 “만일 유 씨 일가의 후원금이 회사 공금 횡령이나 세금 포탈 자금을 세탁하기 위한 것으로 밝혀진다면 프랑스를 대표하는 이 박물관들의 이미지가 타격을 입고 더 나아가 책임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아해의 ‘루브르 박물관 기부금 전시’ 당시 박물관장이었던 앙리 루아레트(HENRI LOYRETTE)가 2015년 한·프랑스 수교 130주년 기념행사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사실을 부각시키지는 않았다. 

인터넷매체인 ‘모두를 위한 루브르’는 “앙리 루아레트 루브르박물관 전 대표는 아해를 프랑스에 받아들여 처음으로 전시하게 해준 장본인”으로 “그는 한불수교 행사 조직위원장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이 사실을 한국 국민들이 안다면 충격을 받을 것”이라며 지적한 바 있다.